「사회복지사 김세진의 독서노트」를 읽고 



사회사업가 권대익





들어가며


2015년 5월부터 강북지역 책사넷 모임을 했습니다. 책모임을 시작하게 된 까닭은 학창시절부터 책모임의 유익함과 풍성함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강서구실무자모임, 꿈지락모임에서 좋은 책들을 읽었고 뜻있게 일하는 현장의 실무자와 함께 네트워크를 맺었습니다. 저도 현장에 들어가면 이렇게 책모임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3년차 실무자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기관과 현장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책모임을 시작하고 싶은 소망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마침 연 초에 지역복지연수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고 책모임을 제안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이웃과인정」 잡지를 읽고 나눴고, 2016년부터 「사회복지사 김세진의 독서노트」를 읽고 나눴습니다. 독서노트를 세 번 정도 나누어 끝내려 했는데 계획보다 훨씬 모임이 길어져 7개월 동안 이 책을 읽었습니다. 한 장 한 장마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나눌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날은 목차에서 두 권의 책으로만 모임 내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책 한 권을 마무리하며 김세진 선생님을 초대해 ‘저자와의 대화’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모임을 꾸릴까 궁리하다가 참여하는 분들과 독서노트를 읽었으니 짧게라도 글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강북지역 책사넷 모임의 독서노트인 셈입니다. 


이 책은 50여 권 정도 되는 인문 사회서적에서 사회사업 가치와 실마리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여러 권의 책이지만 읽다보면 크게 몇 가지 주제로 나누어집니다. 반복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이야기를 인격, 관계, 강점, 후원금 출처, 원조, 복지국가, 삶의 자세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사람과 사회, 그 이상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그려가며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그렇지 않은 사회복지사의 실천에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1쪽


우리 현장에서 답답한 일이 있다면 한탄만 하지 맙시다. 관련 책과 동료 글 따위를 열심히 읽고,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쓰고 나눠봅시다.  6쪽


강북 책사넷 모임이 우리에게 유익했습니다. 바쁜 사회복지 현장 안에서 한 달에 한 번 만나 책을 읽고 근본을 생각하는 이 시간이 저의 생각과 실천에 중심을 잡게 했습니다. 무엇을 좇아서 일할지, 어떻게 일해야 할지 이 모임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책과 사람에게 지지와 격려, 도전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인격


발티 사람들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10쪽


거친 생활로 동료들이 죽어가지만 그런 삶 속에서도 기쁨을 느낍니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일로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해낼 때의 기쁨, 짧게 살아도 이것이 진짜 삶이라고 합니다. 40쪽


노숙인을 위한 밥집이지만 그 목적이 밥에만 있지 않습니다. 밥 한 끼 해결하는 것으로 잘 도왔다 생각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만나려 합니다. 47쪽


140여년 전 살았던 시인도 누군가를 도울 때 그와 인격적 관계, 동등한 관계를 생각합니다. 58쪽


같은 말도 약자에게는 큰 상처가 됩니다. … 약자에게는 여느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말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60~61쪽


사회복지사로서 내 마음을 마땅히 두어야 할 자리에 두고 일하는 것을 우선 생각합니다. 그 자리란 당사자를 낮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보는 마음입니다. 68쪽


담임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생님께서 교직생활 10년에 가정방문을 처음 해보셨다고 합니다. 가정방문을 하고 나니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신대요. 93쪽


관계가 돈으로 치환된 사회,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98쪽


사회복지사는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입니다. 경쟁이 아닌 공생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부모와 교사마저도 친구를 밟고 올라가라고 할 때, 우리 사회복지사라도 친구를 경쟁 대상이 아니라 우정을 쌓는 존재로 여기게 돕길 간절히 바랍니다. 106쪽-107쪽


사람들 삶을 괴롭게 하는 여러 일의 중심에는 관계가 있습니다. 대체로 깨어진 관계가 여러 문제의 원인입니다.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다시 제안되는 삶의 방식이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동체는 옛 농촌 공동체 모습을 그리기는 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 관심은 그런 공동체 속에서 살아 숨 쉬었던 ‘관계’입니다. 190쪽


사회복지사가 실적만을 생각하며 당사자의 인격과 이웃의 인정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인 전문 서비스나 봉사로 대신하는 일을 경계합니다. 262쪽


사회복지사로 당사자를 만날 때 인격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당사자를 낮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인 존재로 여겨야 합니다. 약자이기 때문에 작은 말이나 행동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사회복지사로 당사자를 예와 성을 다해서 만나야 합니다. 


당사자의 역할과 관계를 생각하고, 당사자의 관계를 살리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당사자의 이웃과 인정이 풍성해지도록 일해야 합니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인격적 존재이자 서로 관계·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강점


‘과격파’라는 ‘문제’를 없애려 노력하는 대신 ‘여학생들의 교육’이라는 ‘바탕’을 살리는 일, 잘할 수 있고 해볼 만한 일에 집중하는 일, 강점 사회사업입니다. 13쪽


오늘 만난 당사자, 그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 그 자체가 강점이요 감사입니다. 32쪽


제3의 길이란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조금의 여지라도 찾아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잉태하는 일입니다. 당사자의 가능성을 믿고 그 믿음에서 출발하는 일, 당사자의 강점을 찾고 그 강점을 생동시키는 일, 이는 우리 사회복지사의 실천 속에서도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74쪽 


사회복지사로 당사자의 강점을 찾고 발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당사자일지라도 강점을 찾고 생동시켜야 합니다. 평소 만나는 복지관 여러 이웃들의 강점과 재능을 살필 수 있는 긍정의 눈이 필요합니다. 



예산


이 기업에서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내일 신문 1면에 나온다면 우리는 기뻐할 것인가 당황해할 것인가? 26쪽


지금은 후원공모에 매달리는 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고, 공짜 돈 얻어오면 일 잘했다고 하니 정말 그런 줄 아는 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2백 년 뒤에 이런 사회복지사의 일지나 보고서를 읽은 후배 사회복지사들이 그를 악마 사회복지사, 악년 사회복지사라 부를지 모릅니다. 110쪽


복지관의 예산 구조는 인건비 외에 사업비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복지관에서는 여러 공모사업으로 사업비를 충당합니다. 정말 필요한 사업을 알차게 준비하고 공모사업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여러 자원 앞에서 쉽게 공모사업을 쓰게 됩니다. 


그럼에도 복지관이 공모사업을 한다면 신중하게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당사자와 의논한 프로포절, 당사자에게 보여주어도 당당한 프로포절이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한 공모사업이더라도 예산의 출처가 양심에 걸린다면 다시 궁리하면 좋겠습니다. 공모사업 잘 따오는 사회복지사보다 이웃과 인정을 잘 생동시키는 사회복지사이고 싶습니다. 



원조


선한 의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75쪽


그 나라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근본적 가난의 극복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166쪽


천규석 님은 진정 제3세계 가난한 농부를 돕고 싶다면 공정무역보다 자급·자치 공동체를 이루게 거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239쪽


선의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만 잘못 전해지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251쪽


제3세계를 돕는 해외사회사업과 관련한 책입니다. 선한 의도로 구호활동을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자립하기에 반하는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외부환경과 근본을 탐구하고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일하는 현장에서도 열심히 일하기를 넘어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근본과 가치를 부끄럽지 않게 성찰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복지국가


곳곳에서 보편적 복지국가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 그들이 지금의 풍요로운 복지국가를 이루게 된 바탕에는 식민지 민중의 피와 땀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112쪽


이런저런 법과 제도가 오히려 사람 사이 인정과 나눔, 관계와 소통을 메마르게 할까 조심스럽습니다. 119쪽 


크로포트킨은 국가가 사회의 모든 기능을 흡수하게 되자 방종하고 편협한 개인주의가 발전했다고 합니다. ‘국가에 대한 의무가 늘어나면서 시민은 서로에 대한 의무를 확실히 덜게’ 됐기 때문입니다. 128쪽


인간성을 상실한 세계화란 결국 둘레 사람과 관계 없음을 뜻합니다. … 신뢰가 사라진 관계, 서로를 상품적인 가치로만 바라보는 관계가 세계화란 문제의 핵심입니다. 163쪽


복지사회를 위한다는 보험제도도 나는 온몸으로 저항합니다. 바로 마을의 자치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진정한 복지사회인 거예요. 175쪽


이반 일리치의 비판은 한마디로 국가의 ‘제도와 서비스’입니다. 여기에 기대어 살지 말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입니다. 289쪽


근본은 이웃과 인정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도 그 안에 관계가 없다면 외로울 뿐입니다. 6월 책모임 모임에서 어느 사회복지사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치매환자를 위한 마을이라고 하는데 마을 전체가 치매환자들만 모여사는 거대 감옥 같은 곳이었습니다. 지상파 방송도, 그 영상을 공유하는 사회복지사도 아무 비판없이 이상향처럼 동경하는 모습이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어느 에니메이션처럼 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로봇이 알아서 다 해주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 책에도 소개되는 「똥꽃」처럼, 조금 불편해도 스스로 자기 삶을 살고, 관계가 살아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한편, 의미 있는 국가와 제도의 변화라면 이웃과 인정과 함께 조화롭게 발전되면 좋겠습니다. 최근 찾동 대화모임에도 참여했는데 국가가 공공부조를 확대하는 일은 주민에게나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초연금운동이나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운동하는 이들도 응원합니다. 이 정책이 세워지면 당사자가 자기 삶을 살아가는데 좋은 상황이 될겁니다. 여기에 이웃과 인정을 생동하고 연결하는 사회복지사의 실천이 좀 더 살 맛 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힘을 실을 겁니다. 



삶의 자세 


마땅함을 좇아 실천하자고 말할 때 걱겅스럽게 말씀하는 분을 가끔 만납니다. 현실을 잘 모르는 이상일 뿐이라고 합니다. 모두의 지지와 격려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염려가 옳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제 스스로 그저 마땅하다고 여기는 길로 나아갈 뿐입니다. 150쪽


바쁜 일에 쫓겨 귀한 시간 다 허비하고 나중에 무엇이 남을까요? 평가나 실적 따위에 휘둘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 궁색합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생각할 겨를이 없는 현실도 모르지 않지만, 그렇게 내가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데 어찌 공허하지 않을까요? 열심히 일했지만 그 일이 진정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일인지 살피지 않는다면, 이는 두려운 일입니다. 일하면 할수록 자꾸 진정성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라면, 이제 잠시 멈추고 숨 고를 때입니다. 일을 줄이고 둘레를 살핍니다. 열심히 일하기에 앞서 정체성을 생각하며 선택하고 집중합니다. 154쪽


그리고 이런 퇴마법을 터득하는 좋은 방법은 책 읽기입니다. … 저자는 우선 뜻을 함께하는 사람부터 찾기를 권합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가운데 희망이 보이고, 용기가 생깁니다. 198쪽


결국, 사람 사이 관계가 깊을수록 덜 소비적인 삶을 삽니다. 둘레 사람과 좋은 관계로 지내는 삶이 자연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관계와 에너지, 둘사이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214쪽


좋은 삶이란 무엇이며 그 삶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 앞에 가는 동료와 좋은 삶에 관해 이야기 나눌 때입니다. 많은 이들이 정신없이 달려가는 그 길에서 내려와 마땅함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거룩한 바보. 바보스러운 사회복지사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75쪽


어떻게 살고 어떻게 실천할지를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삶’에 관해 진지하게 묻고 나누며 궁리하고 있다면, 그것이 희망입니다. 283쪽


사람 사이에 인정과 나눔이 소통하게 하려고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일은 느릿한 소의 걸음입니다. 295쪽


좋은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진실하게 만납니다. 306쪽


이 책은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이야기합니다. 거대담론과 혁명적인 삶보다도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소박한 실천과 나눔을 이야기 합니다. 


근본을 좇고 가치 있는 삶이 때로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마땅한 이 길을 비틀거리며 우직하게 걷기를 주문합니다. 거룩한 바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이 길을 힘차게 걸을 수 있는 힘은 함께하는 좋은 사람 덕분입니다. 강북지역 책사넷에서 함께하는 동료가 저에게 좋은 동료입니다. 이 길을 걷는데 힘이 됩니다.  



나가며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326쪽


되도록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한 책 가운데 한 권이라도 알뜰하게 읽기를 권합니다. 땔감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을 태워 심장을 데워야 합니다. 심장이 뜨거워진 사회복지사는 발바닥이 닳도록 지역사회를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합니다. 


짧은 맺음말이지만 가슴에 다가오는 말이 많습니다. 갈수록 어려운 현장이라고 하지만 함께 현장을 지키는 동료에게 고맙습니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힘입니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며 더욱 깨어있기를 힘쓰겠습니다.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살리는 사회사업가이고 싶습니다.  


이 길을 신나게 즐겁게 걷고 싶습니다. 심장은 뜨겁게, 발바닥은 닳도록 실천하겠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