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를 울려라」를 읽고 



사회사업가 권대익



들어가며

 

면목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출판한 「북소리를 울려라」를 읽었습니다. 방화11 학습모임인 수요학당에 책의 저자이신 신보경 선생님을 초대했습니다. 공동저자인 강민지 선생님은 현재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사업 후배입니다. 함께 초대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오지 못했습니다. 

 

신보경 선생님은 학교 선배이기도 합니다. 같은 기독교 동아리 활동도 했었고 누나가 휴학을 하면서 수업도 같이 들었습니다.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하며 계속 만남을 이어 올 수 있으니 좋습니다. 지난 여름, 누나가 뜻있게 실천하고 기록한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수요학당 모임에 방화11 동료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함께 단기사회사업을 하면서 연수와 수료식도 함께 하면서 만든 책이니 동료들의 관심이 더 컸습니다. 

 

휴가를 내고 서울의 끝인 중랑구에서 강서구까지 왔습니다. 저녁 6시 30분부터 두 시간 가량 이야기 나눴습니다. 

 


면목종합사회복지관의 단기사회사업 

 

이 책은 신보경 선생님과 두 명의 예비 사회복지사가 한 달 동안 단기사회사업으로 이룬 이야기입니다. 복지관에서 일반 실습에서 단기사회사업으로 전환하게 된 과정을 여쭈었습니다. 

 

면목에서도 처음에는 일반실습을 진행했습니다. 2016년 여름부터 단기사회사업에 참여했는데 일반실습이 주는 유익함도 생각해서 두 과정을 병행하여 진행했다고 합니다. 단기사회사업의 유익함을 경험하면서 2017년 여름, 동네 어른이 동네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주제로 단기사회사업을 실시했습니다.

 

책 읽어주는 주제이지만 함께 벼룩장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한다면 과업을 조금 더 소박하게 해서 집중하는 일이 더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면목은 동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면목7동 오거리놀이터에서 주민 간 만남의 장으로 새마을문고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새마을문고 회장님을 만났고 책 읽어주기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동네 어른이 동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입니다. 이렇게 단기사회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업을 하기 전에 3~5권의 선행연구를 

 

신보경 선생님은 과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선행연구를 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든지 시작하기에 앞서 3-5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과업 내용이 확정이 되고 이와 관련된 책을 미리 찾고 읽으셨습니다. 

 

선행연구를 하면서 쓴 글을 보며 책 읽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았습니다. 수요학당에 참여한 분들 중에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평소 자녀에게 더 많은 책을 읽어주겠다는 다짐도 하셨습니다. 

 

원래 책을 조금씩 읽기는 했지만 더 집중적으로 많이 보게 된 시기는 최근 3~5년 전이라고 하셨습니다. 남편이 밤 늦게까지 일하게 되면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동네 서점을 다니며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었습니다. 한 달에 적어도 네 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책 읽는 일이 부담스럽고 책읽는 속도도 느린 일은 당연하다고 하셨습니다. 조금씩 자주 읽다보면 책읽는 속도도 늘고 흥미도 높아진다고 하셨습니다. 

 

수요학당으로 동료들과 한 달에 두 권 정도 책을 읽습니다. 다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어 한 달에 두 권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정을 느슨하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한 달에 네 권의 책을 읽는 신보경 선생님을 보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습에서 성장을 

 

북소리 아이들에게 이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도록 면접 때는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상당히 고민하며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46쪽

두어 번의 예행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첫 번째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50쪽

팀별로 전화드릴 대본부터 작성했습니다. 면목지역아동센터 신의정 실습 선생님이 전화 받는 역할을 해주셔서 미리 연습도 잘 해볼 수 있었습니다. 연습 후 민수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있는지' 물어보자고 생각을 보태주기도 했습니다. 두어 번 연습하고, 두 팀이 동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83쪽 

유주가 대본 없이도 또박또박 설명 잘합니다. 대본 없이 부탁드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활동을 설명해 본 덕입니다. 128쪽 

 

아이들이 이번 사업의 주인이 되어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학생 면접, 사전탐방 섭외, 벼룩장터 준비, 책 읽어주실 어른 섭외, 함석축제 준비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렀을지라도 아이들은 연습 과정에서 성장했습니다. 나중에는 대본 없이도 스스로 또박또박 설명했습니다. 조금씩 성장한 증거입니니다. 

 

방화11에서 지난 단기사회사업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생 연습 때 아이들이 말하기를 부끄러워했습니다. 한 두번의 연습을 하니 아이들이 잘 했습니다. 연습의 과정이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현지가 잘한 일을 잘 기억해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쁜 딸이 밖에서도 슬기롭게 지내는 모습 보여드리면 얼마나 기쁘실까 싶습니다. 어머니께 앞으로도 현지 만나는 이야기 전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마쳤습니다. 87쪽

 

아이들이 잘하는 일은 칭찬하고 세워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칭찬하기도 하지만 부모님에게 간접칭찬을 했습니다. 부모님께 전화한 날,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또 한 번 칭찬을 했겠지요. 아이는 실무자와 부모님께 두 번의 칭찬을 받은 셈입니다. 

 


기다려주기 

 

벼룩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다 싸게 팔더니 샌드위치 가격도 아낌없이 저렴했습니다. 재료값은 나오나 싶어, 의견을 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만두었습니다. 아이들의 일이니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싶었습니다. 잘되고 못 되고는 없습니다. 66쪽

(길을 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누구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기다려줍니다. 이들의 임무고 일입니다. 선생님들도 먼저 알려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는 요청한 부분에서 최소한의 아이들의 생각과 할 여지를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거듭니다. 돕는 모양새 이게 합니다. 그랬더니 곧잘 찾아냅니다. 93쪽

직접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아이들의 배움이 되려면 제가 찾아주면 안됩니다. 복지요결에서처럼 '제 일이게,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야했습니다. 132쪽

 

사회복지사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먼저 해버리면 쉽고 편안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저자들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었습니다. 생각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벼룩장터 준비하며, 현장탐방을 가면서, 책을 찾으면서 사회복지사가 먼저 나서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충분히 아이들에게 설명했고 부딪히며 해볼 수 있도록 기다렸습니다. 

 

반드시 빠르게 진행을 해야하거나 당사자가 크게 잘못된 길을 갈 때에는 사회복지사가 양해를 구하고 먼저 진행할 때도 필요하겠지만 되도록이면 당사자가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좋습니다. 

 

이런 기다림이 이후에 아이들이 함성축제를 이루어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을 겁니다.   

 


 

진솔한 대화 

 

"그거 구걸 아니에요?"

 

벼룩장터를 준비하며 이웃들에게 받은 물품을 구걸이 아니냐고 묻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의미있는 활동을 한다고 하니 복지관 여러 주민 동아리에서 물품을 내어주셨는데 이를 보고 한 말입니다. 

 

충분히 그럴 법한 일입니다. 당황하고 얼버무려 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신보경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하나씩 묻고 설명했습니다. 구걸과 부탁이 무엇인지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는 구걸을 한게 아니라 우리가 힘써 우리의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노력임을 설명했습니다. 

 

진지하게 묻고 설명하니 아이들은 더이상 구걸이라고 말하며 웃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차 자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했을 때도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해결했습니다. 끝장 토론을 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을지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했습니다. 토닥이며 응원과 격려를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때때로 다툼과 갈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배려와 양보를 배웠을 겁니다. 

 


책 읽어주는 이웃 섭외하기 

 

책을 아이들에게 잘 읽어줄 수 있는 어른을 찾는다면, 그래서 내게 부탁한다면 부담스럽습니다. 책을 잘 읽지는 못해도 책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어른을 찾는다면 용기 내 나서고 싶어요. 이를 아이들이 부탁해온다면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좋은 책을 근사하게 읽는 활동이라면 도서관이 하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그 일로 당사자인 아이들과 지역사회인 동네 이웃들이 하게 거듭니다. 이로써 아이들이 내가 했다고 하게하고, 아이들의 관계가 풍성해지게 합니다. 115쪽 김세진 선생님 슈퍼비전 가운데  

 

책 읽어주는 날 함성축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책 읽어줄 어른을 섭외하고, 함께 읽을 책을 찾고, 홍보하고, 초대장 만들고, 초청하고, 일정과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누고, 당일 진행까지 모두 직접했습니다. 

 

함성축제 당일 날 모습이 정겹습니다. 마을 어른과 아이가 어울려져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오거리놀이터에 기분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모임 시작전부터 청소용 비닐봉지는 언제 사용하는지 묻던 지원이가 책임감 있는 얼굴로 비닐봉지를 나눠주었습니다. 대전 탐방 때 챙겨왔던 것처럼 삼각형으로 고이 접어온 봉투를 한 사람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손이 많으니 금방 마을문고가 깨끗해졌습니다. 183쪽

 

자신의 역할을 잘 이루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루어간 사업이라는 증거입니다. 

 

"아이들이 어쩜 이렇게 잘해? 자신감이 넘치더라고."

"맞아요. 나는 진행한다. 너희들은 잘 따라와라. 딱 이런 느낌으로 당당하게 말 하잖아."

"이게 산교육이지 뭐야. 이렇게 스스로 해보니 아이들이 자신감이 생겼을 거라고. 어디 가서도 이렇게 잘할 수 있겠지. 참 잘했네." 185쪽 

 

함성축제에 참여한 어른들도 아이들이 준비한 시간이라는 걸 잘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있는 모습에서 그리 느끼셨을 겁니다. 이런 아이들이 동네에 뛰어놀면 어른들도 이 아이들을 기억하고 지켜보는 관계가 될 겁니다. 

 


나가며 

 

수요학당으로 초대한 저자 신보경 선생님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 때의 과정과 느낌이 잘 느껴졌습니다. 다시 이 책을 살펴보며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업을 더 잘 이루어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업을 책으로 엮은 과정의 유익함이 이것입니다.  

 

단기사회사업 시작할 때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지 실습생과 함께 의논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여러 책들을 읽으며 면목에서 어떻게 이루어가는 일이 더 좋을지 궁리하면서 의논한 겁니다. 실습이 끝나고도 함께 글을 다듬었고, 신보경 선생님께서 전체적으로 다시 글을 살피셨다고 했습니다. 오랜 과정을 다듬어서 책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복지관 단기사회사업의 중요한 모델입니다. 이후에 진행하는 단기사회사업에서 중요한 선행연구가 될 겁니다. 뜻있게 사업을 이루어간 이야기가 사회복지 대학생과 실무자에게 도전과 배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먼 거리를 직접 찾아온 신보경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방화11 동료들에게 고맙습니다. 공부하고 독후감 쓰는 일이 저에게 유익합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