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면접 합격하셨습니다

 

콩닥콩닥. 

하루 종일 전화기만 쳐다보면서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늦게 서류합격 연락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입사 지원자들이 이와 같은 마음이겠지요?


서류합격의 기쁨도 잠시, 바로 내일 진행되는 면접의 긴장감이 몰려왔습니다. 

자기소개서, 홈페이지, 여러 자료들을 살피며 생각을 다듬었습니다.



드디어 면접 날이 밝았습니다. 

복지관이 집과 가까워 여유가 있었습니다. 

양복을 꺼내입고, 거울을 보며 머리도 만지고, 썬크림도 발랐습니다. 


오후 1시가 면접입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은 면접 이후에 먹기로 했습니다. 


여유있게 도착해서 동네를 둘러보며 마을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전 11시 조금 넘어 복지관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신데렐라 미용실


제일 먼저 복지관 근처 '신데렐라' 미용실에 방문했습니다. 

집근처 단골 미용실 원장님이 여러 사정으로 지금의 개화산역 앞으로 가게를 이전했습니다. 

얼마 전 동네 마트에서 만났는데 개화산역에서 일하신다는 이야기가 기억나 제일 먼저 찾아갔습니다.

단골이기도 하고 같은 교회를 다녔던지라 누나라고 편하게 부릅니다.  


"누나, 저 여기 앞에 있는 복지관에 면접 보러 왔어요."


동네 단골로 이용할 때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사회복지사가 무엇인지는 이야기 나누지 않았는데 면접보는 날,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처음 이야기를 나눈 겁니다. 


"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도 하지만 마을에서 여러 일들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동네를 잘 알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요. 이쪽 동네는 제가 잘 몰라서 어떤지 여쭤보려고 방문했어요."


장사를 시작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잘 알지 못하지만 조용한 동네라고 했습니다. 

서울의 가장 끝, 차로 5분이면 경기도 김포이니 조용한 동네인가 봅니다.



머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에게도 인사했습니다. 

이 동네를 살고 있지 않아 동네 이야기는 잘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면접 보러 왔다고 하니 힘내라며 응원해주셨습니다. 


점심시간 즈음 되니 멋진 청년이 왔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복지관 면접을 보러 온 사람임을 소개하고 인사했습니다. 


"저는 대한항공에서 일하고 있어요. 여기서 6년 넘게 일했어요. 여기에 대한항공 말고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여러 회사들이 있어요. 점심시간 되면 회사 사무실 사람들이 점심먹고 차마시러 밖으로 쏟아져나와요."


저와 비슷한 나이와 직장경력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주었습니다. 



미용실 원장님은 머리에 제품을 발라주신다며 앉으라고 했습니다. 

왁스와 스프레이로 슥삭슥삭 바르니 멋진 머리가 되었습니다. 

평소 이런 제품을 잘 바르지 않고 부시시하게 다니는데 양복에 예쁜 머리까지 완성했습니다. 


미용실을 나서며 제가 "파이팅!" 이라고 외치니 원장님과 손님들이 "파이팅!"으로 화답해주었습니다. 

합격하면 다시 찾아와서 인사드리기로 했습니다. 



야채 장사 부부


아파트 단지 앞 야채 장사 부부를 만났습니다. 

금슬 좋게 야채를 다듬고 계신 모습을 보고 곁에 앉아 인사드렸습니다.

우리 동네가 어떤 곳인지, 좋은 점이 무엇인지, 복지관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여쭈었습니다. 


"이 동네는 교통이 좋아. 서울 어디를 가든지 금방 갈 수 있지."

"여기는 공항이라 가까워서 승무원들이 많아. 봐봐. 지금도 아가씨들이 많지!"

"이 동네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12단지도 22평이 제일 큰거야. 어려운 사람들이야 그렇지."

"사회복지사가 웃으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지. 당신 보니까 잘 할 것 같아."


야채를 다듬으면서 웃으며 편안하게 이야기 들려주셨습니다. 

면접에 합격하면 오가면서 인사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잘 할 거라며 응원해주셨습니다. 




아파트 주민과의 만남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동 휠체어를 탄 아저씨들이 네다섯 분이 모여계셨습니다. 

약주도 하신 듯한 분도 계셨습니다. 


지나갈까 하다가 동네에서 계속 뵙게 될 수도 있으니 인사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방화11복지관에 오늘 면접 보러온 사회복지사입니다. 복지사가 동네 일 하는 사람인데 이 동네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어떤 곳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걸으면서 인사드리고 있어요."


"이렇게 인사하는 것만해도 대단해. 이런 용기라면 합격이야 합격!"

"거기 김과장한테 김해 김씨라고 물으면 알거야."


복지관을 이미 이용하고 계신 당사자 분들도 계셨고, 복지관을 알지만 가지 않는 분도 계셨습니다. 


"의사는 몸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고, 사회복지사는 마음을 고치는 사람이야. 이 동네에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을 마음으로 만나 밖으로 나오도록 해야해." 


"내가 몸이 불편해도 복지관에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인데, 당신이 합격하면 복지관에 한 번 가볼게." 


약주를 조금 하신 듯 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이야기하시는 아저씨의 진실한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합격하면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인사드리고 복지관으로 향했습니다. 




면접 이야기 


3명이 면접을 봤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도착했고, 시간이 흐르니 한 명 한 명 도착했습니다. 


저마다 각자의 인생 걸음에 방화11복지관에 지원했겠지요. 

같은 마음으로 면접을 기다렸습니다. 


오후 1시가 되었고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사회복지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어떠한 일을 해왔는지, 강점과 약점이 무엇이고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동료와 어떻게 화합하며 일할 것인지, 복지관 위기 속에 어떤 방향으로 일할 것인지, 존경하는 선배나 멘토가 누구인지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질문 순서가 될 때마다 생각하고 긴장하며 대답했습니다. 함께 면접을 보는 분들의 이야기도 경청했습니다. 각자의 걸음에 따라 입사한 동기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실천하고 준비해온 걸음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떨어지게 될텐데 누가 합격하든 사회복지 현장에서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저녁 이후 합격자 발표를 할 예정이에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길을 조금 돌아서 방신시장에 들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추석 송편빚기 행사에 도움을 준 종로떡집에 인사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 면접을 본 권대익 사회복지사입니다. 이번 명절 때 여러 도움을 주셨다는 글을 보고 인사드리러 왔어요. 합격하면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맑은 미소를 가진 사장님께서 밝게 맞아주셨습니다. 인상이 좋다며 합격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딸이 고3인데 사회복지학과에 가고 싶어 한다고 하셨습니다. 잘 되기를 응원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이웃들을 만나니 방화11에서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최종 합격 하셨습니다


지인들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류전형 때처럼 계속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녁 6시가 넘도록 연락은 없었습니다. 

조금씩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을 때 저녁 7시가 훌쩍 넘어 전화가 왔습니다. 


"권대익 선생님,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떨어지면 백수가 되었을텐데 감사하게도 합격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명나게 가슴 뛰게 일하고 싶었습니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기관에 감사했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