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의 터전, 도우기!

 

 

 

 

이 날은 2013년 도우기 첫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도우기는 2004년부터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어 동네에 집수리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주민모임입니다.

 

오랫동안 활동이 이어져온 만큼 회원들은 안정적으로 활동을 잘 이어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도우기 모임을 담당했던 복지관 선배 역시 열정과 뜻을 가지고 모임을 잘 이어왔습니다. 그러니 신입 사회복지사로 이 사업을 맡는 저는 더 긴장되고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 더군다나 집에서도 못질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계치니 더 막막하기도 했었지요.

 


복지관 입사해서 얼마 되지 않은 날 김00 어르신께서 집에 안전바를 설치해 달라고 복지관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집수리 관련 첫 요청 전화였습니다. 기술도 없고 운전도 잘 못하던 저는 임선택 총무팀장님께 부탁드려 처음으로 함께 집수리를 하러 나갔습니다. 집수리에 대해 문외한 저는 드릴로 못을 박고 전기톱으로 안전바를 짤라서 설치하는 간단한 과정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안전바 설치를 하고 돌아왔지만 안전바 설치는 집수리 사업 중에서 가장 간단한 작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실력이니 도배‧장판‧방충망‧방풍망‧방범창‧수도‧전기‧등 여러 작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도우기 모임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집수리 기술이 전무하니 발바닥 닳도록 지역사회와 도우기 회원들을 찾아뵙고 부탁드리며 사업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사회복지사가 만능이 되어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저의 신념과 기관의 비전과 미션과도 잘 맞았습니다.


첫 모임을 준비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회원 분들게 전화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도우기 사업을 새로 맡은 담당자 권대익입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지역에서 집수리 활동을 잘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집고치는 기술이 전무하니 어떻게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좋은 분이 계시니 든든합니다.” 그리고 올해 첫 신년모임이 진행되니 참석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드디어 모임이 있는 토요일 저녁, 모임 장소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한 분 한 분 들어오시는 분들을 맞으며 식사 내내 회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용석 회원은 오랫동안 도우기 모임의 대표로 활동하셨습니다. 이전부터 반딧불이 교실 차량봉사부터 시작해서 복지관 여러 일들을 도와주신 자원활동가이십니다. 그 때 재가복지팀 선생님의 제안으로 집수리 모임을 만드신 도우기의 산 역사이십니다. 활동 요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걱정이라 말씀드리니 담당자로 미리 회원분들게 연락을 돌리고 일정을 잡으면 회원들이 잘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김신환 회원은 도우기 총무로 역시 모임의 창립멤버입니다. 주로 평일 저녁에 강의를 하시는지라 낮에 시간이 자유로워 집수리 답사 역시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잡는 것은 어려우니 담당자가 날짜를 정하고 공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지관 부장님의 남편으로 훨칠한 키와 조각같은 외모가 참 멋있는 분이셨습니다.

 

양용석 회원은 모임에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리실 정도로 마음과 열정이 크신 분입니다. 페인트 분야의 전문가이시지요. 젊은 시절 다리를 다치셨는데 가족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성격도 급하고 거칠었었는데 복지관 일을 하면서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오랫동안 모임을 하면서 만난 활동가는 결혼식 사회를 부탁할 정도로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우기라는 모임 이름은 자신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의 터전’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자부심 있게 이야기 하시는 이 말씀에 도우기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쾌하지만 감동이 있는 양용석 선생님의 이야기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신승갑 회원은 도깨비시장 근처 화랑설비를 운영하시는데 수도나 설비와 관련해서 전문가이십니다. 핸드폰 연락처가 잘못되어 연락이 잘 안되었는데 다른 분께 연락을 받고 나오셨어요. 역시 도우기 창립멤버로 지금까지 활동해오셨습니다.

 

윤종석 회원은 ○○여대에서 시설관리직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작년에 부동산 제테크 카페 북극성이라는 단체도 소개해주어 지역의 많은 분들게 집수리를 진행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대학교 시설관리로 일하시는 만큼 모든 분야에 대한 집수리 기술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북극성 활동할 때 따로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김용광 회원 역시 2~3년 전부터 활동하고 계십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어렸을 때 교회에서 캠프를 가면 어른들이 함께 돕고 지원해주었던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가슴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본인 역시 작은 힘이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힘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때로는 복지관 아이들이 캠프 등을 갈 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충열 회원은 신승갑 회원의 가게 근처에서 건강원 가게를 일하고 계신 분으로 지난번 구청과 네트워크 간담회 때 참여하신 신규 회원입니다. 늘 적극적이고 좋은 성격으로 환대해주십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다고 하시지만 신승갑 회원이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잘 연결해주시고 또 옆집에서 도배가게를 하는 친구도 함께 소개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주중에는 생업으로 바쁘지만 조금씩 시간을 내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밑반찬 배달할 때 오가면서 가끔 인사드리는데 늘 반겨주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이봉조 회원도 초기부터 활동해오셨는데 방학동 신한은행에서 근무하시다가 지금은 남양주 부지점장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원래 신년 간담회에 참석해주시기로 하셨는데 급한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고 미안하다며 따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기억해주시고 전화해주시는 그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이영기 회원은 방아골복지관 선배 사회복지사 선생님입니다. 처음에 담당자로 일했지만 나중에는 회원으로 활동해주고 계십니다. 복지관 상황과 도우기 회원들과 관계도 좋으니 사업을 할 때 마다 큰 힘이 됩니다.


식사를 하면서 한 분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니 듬직하고 감사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모임 초기부터 활동해오셨는지, 집수리를 하면서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었는지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여주었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의 터전, 도우기. 새롭게 담당을 맡으면서 저도 이 길을 아버님들과 함께 걷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