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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동락’을 읽고

 

권대익

 

 

 

 

여민동락 공동체는...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에 위치한 작고 가난한 농촌복지단체입니다. 소박한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동행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폐교위기의 시골학교를 살려가려 애쓰면서 마을기업과 공동체회사를 설립하는 등 농촌의 교육과 문화, 복지와 경제의 부흥을 위해 힘쓰는 일터공동체입니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복지 너머의 복지’를 꿈꾸고 있습니다. 농민들과 더불어 농사를 짓고 밥을 먹으며 작은 시골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농촌의 삶터를 살리는 지역일체형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여민동락의 뜻은

더불어 여(與), 백성 민(民), 같을 동(同), 즐거울 락(樂).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맹자에서 유래합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지역주민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정신을 담아 ‘여민동락공동체’라 하였습니다.

 

 

 

영광으로 들어오기까지

 

사범대를 졸업하고 부부교사를 꿈꾸는 가정, 신학대를 나와 목회준비를 하는 가정, 학생운동을 하고 4년 넘는 옥중생활 끝에 농촌복지현장에서 일을 하던 가정, 이렇게 세 가정이 뜻을 모아 영광 묘량면에 여민동락공동체를 세웠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학생운동에서 만난 세 부부는 대학졸업과 동시에 청춘시절의 꿈을 증발시켜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판보다는 가장자리에서, 중심보다는 변방에서, 보다 우직하게 사회적 실천을 하며 살자는 고결한 뜻을 세웠던 것입니다.

 

학창시절 고결한 꿈과 비전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졸업과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뜻을 굽히지 않고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할 수 있는 동지가 옆에 있을 때 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꿈과 가치를 따를 것인가, 현실에 타협하며 똑같이 살아갈 것인가! 여민동락과 같이 꿈과 가치를 따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왼손에는 수첩을, 오른손엔 걸레를, 입가엔 미소를

 

새로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민동락은 이런 낯섦과 오해 속에서 더 겸손하게 묻고 배우고 인사하며 정착했습니다. 주민들과 관계 맺기 위하여 마을 방역소독 작업에 자원하여 마을 구석구석을 다녔고, 마을에 크고 작은 일에 적극적으로 도우며 관계 맺었습니다.

 

사회사업 방법 ‘걸언’을 다시 생각합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 주민을 만날 때 예와 성을 다하여 겸손하게 ‘걸언’할 때 주민과 더 호의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여민동락 공동체가 호박 한 개, 고구마 한 봉지 십시일반 나눔으로 더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이렇게 주민을 생각하고 대하며 만나겠습니다.

 

 

 

참된 복지의 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으로 복지가 시장 속에 맡겨졌습니다. 1등급 2등급 3등급 어렵고 아픈 사람이 많아야 복지가 더 잘 되는 세상입니다. 이 가운데 가난한 사람의 존엄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것,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오르신 혹은 농촌 주민들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것, 경쟁과 돈벌이, 경영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소박한 복지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민동락은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참된 복지를 실천했습니다. 어르신의 존재와 삶 자체를 인간문화재로 바라보고 어르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마을기업 등으로 주선했습니다. 마을축제, 의료봉사, 김장축제 등 역시 신념과 철학을 지키며 실천했습니다.

 

의사 중에 ‘명의’는 의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참된 사회복지사 역시 실적과 평가, 경쟁에서 이겨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있는 사회복지사 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당사자의 자주성을 살리고 지역사회 공생성을 살리는 일, 이것이 사회사업의 개념, 가치, 철학입니다.

 

 

 

작은 학교 살리는 일

 

여민동락은 경제 교육 문화 복지 4대 영역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동체도 실패하고 농촌도 실패한다는 결론을 가지고 폐교 위기에 있는 초등학교를 살렸습니다.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는 생각으로 주민과 학교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고 작은 혁명을 이루어냈습니다. 여기에 귀농귀촌운동으로 학교, 자치단체 등과 연대하여 진행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마을입니다.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당사자를 돕고 지역을 두루 다니며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이렇게 사회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개인의 참된 성숙

 

은은하고 조용하게 홀로 있는 삶의 여백을 마련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속도 때문에 정작 정리하고 성찰할 시간을 놓쳐가면서까지 더 많은 네트워크와 더 많은 소유를 위해 경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더 간소하고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과 자세로 삶의 품격을 세워갑니다. 낮추고 비우고 나눈느 만큼 내 삶은 여유로워집니다. 고층아파트와 고가의 자동차, 수십억의 통장은 우리 삶을 평화롭게 하지 않습니다.

밝은 지혜와 맑은 마음으로 자기 살림살이를 가꾸어 갑니다. 노동, 독서, 글쓰기, 집 안에서의 민주주의 등 진보의 출발은 바로 자기 살림살이부터라야 합니다.

 

 

 

거룩한 직분

 

저마다 땀 흘려 노동하는 모든 직분은 거룩합니다. 특히 세상의 평화와 영적 성숙을 위해서 우리 사회에 한결같이 거룩해야 할 ‘4대 성직’이 있습니다. 으뜸은 영적 지도자인 수도자, 둘째는 미래를 세우는 교사, 셋째가 바로 사회복지사, 넷째가 교도관입니다. 성직이어야 할 사회복지사가 변해서는 안될 ‘최선’과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을 염두하며 어떻게 세상을 바꿔가야 할지 각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세상의 복판보다 가장자리를 먼저 챙기며, 그들과 이웃이 되고 그들을 먼저 사랑하며, 마침내 모든 사람이 존엄함을 잏지 않는 삶이 되게 거들어 드리는 것이 사명입니다.

 

영업사원이 되기를 버리고 더 낮고 깊고 가난해져야 합니다. 텅빈 속이 뻔한 정치 과잉의 껍데기를 벗겨버리고 어떻게 하면 스스로 땅을 일구고 손발을 놀려 스스로 살아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인지 학습하고 노동해야 합니다. 콘크리트와 복지의 칸막이를 넘어 공동체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공공선을 이루는 것, 우정과 환대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뜻과 생각을 바꾸는 밥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사회사업의 새로운 사명입니다.

광산구노인복지관에서도 새로운 도농복합형 공동체를 꿈꾸며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 나눠주는 복지국가를 넘어 자주적인 개개인이 협동과 연대를 통해 만들어가는 복지사회!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살리고 붕괴된 공동체를 살려 저나마 사립문 열고 접시를 돌려가며, 스스로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그런 나라! 이것이 광산구 노인복지관이 말하는 신념과 철학입니다.

 

거룩한 직분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등을 내려놓고 사람다움, 사회다움을 꿈꾸며 사람을 만나는 사회복지사는 거룩해야합니다. 이렇게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만나고 싶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