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일차, 이 날은 입사 후 두번째로 밑반찬 배달을 나간 날입니다.

 

그 전 주는 신입직원 교육 일정으로 팀장님과 대리님께서 일을 거의 도와주셨고

오늘은 공익근무요원 선생님과 제가 처음으로 밑반찬 배달을 나갔습니다.  

 

특별히 7명의 복지관 실습 선생님 중에

저희 팀에서 활동하는 2명의 실습 선생님과 함께 배달했어요.

 

밑반찬 배달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일했습니다.

 

 

 

1. 가급적 직접 밑반찬을 전달하고 인사드렸습니다.

 

제가 직접 밑반찬 배달을 하는 가정은 총 81가정 중에 28가정입니다.

자원활동가 분들이 개인적인 일들로 당분간 못오신다고 하셔서 제가 가는 가정이 이렇게 많습니다.

 

많은 가정에 밑반찬을 배달하다보면 바쁜 일정 때문에

안부도 묻고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반찬만 드리고 오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직접 어르신을 만나 인사드리며 반찬을 드렸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이번에 방아골복지관에 새로 일하게 된 밑반찬 담당자 권대익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이고~ 새로 오신 선생님이시구나.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평소 밑반찬 받으시면서 맛이 이상하시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얻어 먹는 입장에 무슨 말을 해요~

그리고 그 많은 사람의 입맛을 어떻게 다 맞춰~ 주는대로 먹어야지~"

 

"아니에요. 어르신께서 드시는 반찬이니 불편한 점이 있으면 부담없이 말씀해주셔도 돼요. 

몇일 전에 백김치 맛이 이상하다는 분도 계셨는데 어르신은 백김치 맛은 어떠세요?"

 

 

단순히 밑반찬을 많은 가정에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어르신이 밑반찬의 주인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묻는 것이 그 작은 실천이자 출발점이겠지요.

새로 밑반찬 배달 사업을 맡은 것도 구실이니 부지런히 어르신들을 만나면 인사드리고 여쭈어야겠습니다. 

 

 

 

 

2. 실습 선생님과 12년 배달 활동을 하신 이00 어르신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복지관에 이00 어르신은 복지관 개관할 때부터 12년 동안 밑반찬 배달을 도와주신 자원활동가입니다. 

 

실습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더 유익하고 알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바로 이 이00 어르신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실습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으니

이00 어르신께서 밑반찬 배달 이야기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고 하였습니다.

 

12년 동안 해오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여쭈었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을까요?

그동안의 에피소드와 노하우, 생각, 방법, 마음 등이 무궁무진할겁니다.

 

실습 선생님을 밑반찬 배달의 과정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들으니 좋고

이00 어르신은 활동에 대해 인정받고 자부심이 생기니 좋습니다.

 

 

 

 

3. 공익근무요원 선생님께 잘 묻고 들었습니다.

 

신입 사회복지사인 저는 아직 밑반찬 배달을 위한 길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떻게 배달을 해야 하는지 공익 선생님께 물어봅니다.

 

밑반찬을 부득이하게 못받으시는 분이 계셔서 다른 가정에 밑반찬 하나를 더 드려야 하는데

공익 선생님과 어느 가정에 하나를 더 드려야 할지 함께 의논했습니다. 

 

주차장에 좁은 공간에 차를 넣을 때는 공익 선생님께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침에는 실습 선생님께 밑반찬 배달을 하시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루 활동이 끝나고 공익 선생님께서 실습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왕 하는거 2년 동안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저도 나중에 어려울 수도 있게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런 모습에 가슴도 아팠습니다. 그래서 배달하면서 조금 더 친절하고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익 선생님의 짧지만 마음 담긴 고백이 고마웠습니다.

 

실습 선생님께도 공익 선생님이 길도 잘 찾고 친절하게 배달한다고 칭찬하였습니다. 

저는 공익 선생님의 이 강점에 집중하고 칭찬하며 세워드렸습니다.

퇴근하면서는 공익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문자드렸습니다.

 

네. 저는 공익 선생님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합니다. 

 

 

 

 

4. 신규 자원활동가 분께 인사하고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했습니다.

 

신규 자원활동가 분이 오셨습니다.

원래 보건소에서 밑반찬 배달을 하시던 분이신데 조금 더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셔서 신청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자리에 없을 때 밑반찬 자원활동 신청 전화를 다른 동료가 받았는데

그 메모를 보고 바로 직접 전화를 드려서 인사드리고 감사한 마읆을 전했습니다.  

 

이 날 복지관에서  후에 어떤 마음으로 자원활동 하시는지, 어떻게 해오셨는지 여쭈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3가정에 밑반찬 배달을 했어요. 반찬만 주고 오면 아쉬우니 안부도 묻고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어요."

 

안부도 묻고 이야기도 나누신다는 자원활동가 분의 이야기가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배달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함께 지도를 펴고, 몇 가정을 배달 하실 수 있는지 묻고, 어떤 가정으로 가실지 의논했습니다.  

 

배달 활동이 끝나고 저녁에 다시 감사전화 드렸습니다.

 

 

 

 

 

하루동안 참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어르신을 만나고, 자원활동가를 만나고, 실습선생님을 만나고, 공익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이 마음을 전에 밑반찬 배달을 담당하신 태다미 선생님께 나눴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칭찬해주시고 본인이 담당하셨을 때의 여러 이야기들과 생각을 들려주셨습니다.

전임자이자 선배에게 들으니 더 풍성했습니다.

 


 

모든 종합복지관에서 하고 있는 밑반찬 배달사업.

이미 여러 현장의 선배님들께서 뜻을 살려 실천해오신 이야기를 글로 쓰니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신입 사회복지사로 이렇게 의미와 뜻을 두고 하고자 했던 바를 생생한 마음을 담아 기록합니다.

벌써 다음 주 월요일 밑반찬 배달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