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지난 후 오랜만의 만남

 

 

반찬마실 모둠이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지난 6월 활동 이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7,8월은 쉬었고 지난 9월은 추석 명절음식나누기 행사로 복지관에서 다함께 모여 전도 부치고 송편도 빚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가을 날 다시 반찬마실 활동으로 모였습니다.

 

 

몇 달 동안 조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항상 모임 장소로 내어주시던 정00·유00 어르신은 몸이 좋지 않아 두 분다 입원하시고 치료받으시면서 모임 참석이 어려워졌습니다. 대신 추석 명절음식나누기에 참여하셨던 정00 할머니께 반찬마실 활동을 소개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그 때 반찬을 함께 만들었던 동네 친구분인신 조귀순 할머니도 함께 와도 되는지 물어보셔서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존에 모임에 참여하셨던 홍00 할머니를 찾아 뵙고 현재 모임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모임 장소도 고민이고 현재 도와주시는 어머니가 두 분이라 일손이 조금 부족하다고 말씀드리니 요양보호사나 알고 있는 지인분에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장소가 필요하면 당신 집이 좁아도 여기서 해도 된다고 허락해주셨습니다.

 

 

고민되고 어려운 상황을 어르신께 말씀드리고 의논드리니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 번의 반찬마실과 다르게 직접 알고 계신 이웃 분들 중에 함께 하실 분들을 찾으니 더 적극적이고 잘 도와주셨습니다.

 

 

 

 

어떻게 반찬마실을 진행할까?

 

 

반찬마실을 도와주시는 분은 유승연, 이은숙 선생님이십니다. 유승연 선생님은 여러 봉사활동을 해봤지만 이런 방식으로 하는 활동은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작은 인원이 모여 어르신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생소하다고 하셨지요.

 

 

지난 6월 모임에서는 똥꽃이라는 짧은 영상을 보면서 어르신을 만날 때 어떻게 만나고 부탁드려야 할지 함께 고민했었습니다. (http://cafe.daum.net/bangahgolcommune/R3Np/9)

 

 

그리고 오늘은 모임하기 전에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신문기사를 함께 읽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08053.html)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돌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일은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다. 하지만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고 온기를 불어넣어 지역공동체를 재생하는 일이다.]

 

 

어르신들을 보호하는 여러 제도들이 있지만 그보다 어르신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함께 활동을 하자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래서 작은것이라도 어르신께 먼저 여쭙고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이야기 나누지 못하고 기사만 읽고 헤어져서 아쉬웠어요.

 

 

 

 

앞장 서서 장보시는 할머니

 

  

 

 

처음 정00 할머니께 함게 반찬만드는 활동을 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늙어서 음식을 잘 못해~”

“그냥 주는대로 먹지 왜 이런걸 하래~”

“몸도 안좋아서 어려워~”

 

 

이렇게 말씀하시니 일단 한 번만 먼저 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반찬 잘 만드신다는 이야기를 다른 선생님께도 들었다며 반찬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도깨비 시장 안에 있는 마트에서 9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신 메뉴는 잡채, 도라지볶음, 시금치, 된장국이었습니다.

 

 

“할머니, 제가 잡채를 한 번도 안해봐서요. 어떤 재료가 필요하죠? 어떤 재료가 싱싱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리니 할머니께서 마트에서 앞장서서 이것저것 재료를 고르시고 마트 직원들에게 가격이 얼마인지 묻고 어느정도 달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지만 그 당당함이 참 감사했습니다. 늘 뵈었던 소극적이고 작아보이던 할머니가 아닌 정말 평범한 우리네 할머니처럼 느껴졌습니다.

 

 

 

 

 

함께 요리하기

 

 

 

 

 

 

 

 

 

 

홍00 할머니께서 갑자기 몸이 안좋아지면서 복지관 조리실에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메뉴는 잡채, 시금치나물, 도라지볶음, 아욱국입니다.

 

복지관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께서 능숙하게 나물을 다듬으십니다. 도와주시는 유승연, 이은숙 어머니께 이것저것 부탁하시고 알려주셨습니다. 저와 자원활동가는 할머니께서 시키시는대로 준비했습니다.

 

 

“할머니, 이 나물은 어떻게 다듬을까요? 할머니, 물은 얼마큼 넣어야 하나요?, 할머니, 나물을 데칠 때는 얼마큼 데칠까요?, 할머니, 간이 잘 되었는지 맛 좀 봐주세요.”

 

 

이제는 유승연, 이은숙 선생님께서도 작은 것 하나라도 먼저 어르신께 먼저 여쭙고 음식을 준비하십니다. 이제 요리 못하신다는 할머니의 말씀과 다르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체크하고 알려주셨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뚝딱 4가지 반찬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머니들께서도 할머니께 요리 비법을 많이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집에서 아욱국을 만들 때는 입사귀는 흐물거리고 대는 딱딱했었는데 할머니처럼 처음에 꼭꼭 손으로 짜니 입사귀도 대도 적당하게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봉사라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얻는게 더많네요~

그래서 고맙고 감사^~ 오늘도 좋은하루! 화이팅 하세요 <이은숙 선생님 카카오톡 인사글>

 

 

 

“밥 좀 하나?”

반찬을 만들기 시작하니 할머니께서 쌀은 앉히는지 물어보십니다.

 

 

“그럼요, 밥은 제가 할께요~”

 

어르신께서 만드신 반찬으로 함께 점심식사했습니다. 뚝딱 만들어진 4가지 반찬이 진수성찬입니다.

 

 

“집에서 혼자만 먹다가 이렇게 함께 먹으니까 맛있네!”

“반찬도 만들고 남은 반찬까지 싸갈 수 있으니 참 좋아. 이렇게 친구도 만나서 얘기도 할 수 있고~”

 

 

그럼요. 저도 혼자서 집에서 밥먹으면 많이 못먹지만 여럿이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걸요. 할머니께서 끓이신 아욱국 건더기가 참 맛있습니다.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다음 달 활동도 기대가 되네요. 고맙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