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춘


2011 서울복지필름페스티발에 다녀왔습니다. 이 영화제는 무상급식 등으로 보편적 복지가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청년, 보육, 장애인, 교육, 의료, 주거, 인권 등 우리의 삶의 현실과 복지담론을 그리고 있는 영화 10편을 모아 진행하였습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한 복지라는 주제를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있는 영화로 쉽고 감성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1. 민희, 인식, 승희, 우리 친구들의 현실을 그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평소에도 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년들입니다. 7년차 대기업 직장인 민희와 술집 직원 인식, 촛불집회에서 만난 방송국 막내작가 승희가 살아가는 일상과 고민을 담아냈습니다.

열정적이고 건실한 대한민국 대표청년 3명이 각자의 꿈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민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직장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근근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버티는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서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직업상담사와 사회복지 공부를 시도하지만 낮에 직장을 다니면서 밤에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폭력으로 깨어진 가정에서 나와 혼자 독립하는 생활은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갖게 합니다.

20살 인식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지만 돈을 벌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군 입대를 앞두고 있으면서 어렵고 좌절하는 모습이 어렵습니다.

승희는 방송국 막내작가로 일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막내로 잡다한 일을 하지만 정작 글을 쓰는 일은 몇 년 째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모임들에 참석하면서 밝게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일하던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작가가 짤리면서 또 다른 회사에서 입봉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일을 합니다.

민희, 인식, 승희의 이야기를 그린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른 드라마에서 나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달리, 평소 나와 친구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바를 잘 담았습니다. 이 주인공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며 나의 모습입니다.

대학생 4학년인 저도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합니다. 대학 등록금은 매번 학자금 대출을 받고 생활비는 간간히 버는 일로 살아갑니다. 밖에서 먹는 식사비가 부담스러워 매일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직접 싸고, 웬만한 감기에 걸려도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참고 견디며 학교 양호실에서 공짜로 주는 쌍화탕을 먹습니다. 성실하게 살아가고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살아가지만 쉽지 않습니다. 대학생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졸업만 했을 뿐인데 몇천만원의 빛쟁이가 되었습니다.


#2.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2가지가 있습니다. 시장에 나오는 플라스틱 잠수부의 모습과 지하철 환풍기에서 겉돌고 있는 은행나무 잎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에서 확인했듯이 이 2가지의 모습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비유한 것입니다. 플라스틱 잠수부가 아무리 헤엄을 치고 발버둥을 치지만 대야라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구조 속에서 늘 제자리 일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하철 환풍기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은행나무 잎은 이 사회와 시대가 만들어 놓은 체제에서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88만원 세대 청년을 그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세 명의 주인공도, 나도,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열심히 살아가지만 왜 우리 청년들의 삶은 불안한 미래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현실의 한계에서 접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부모를 잘 만나 자신의 미래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1%의 사람 외에는 어릴 때부터 그토록 치열한 경쟁교육을 받고 대학입학 후에도 취업을 위해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는 우리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은 이제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1%의 삶에 들어갈 수 없는 이 사회는 개인의 한계를 넘어 사회 구조와 정치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게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우석훈 88만원 세대)’라는 말처럼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내려놓고 사회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외칠 수 있는 청년들의 용기와 깡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청년 실업과 복지를 위한 걸음의 시작이 아닐까요?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