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사회복지평가제도 개선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푸른복지사무소 양원석 선생님께서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복지 시설 평가에 대해 의문과 개선을 주장한 흐름이 토론회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아직 실무자 입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고 아는 만큼 정리했습니다.
사진은 김태웅 선생님, 이준학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것을 사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1. 제가 토론회에 참석한 이유
복지관에서 일하는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평가와 실적 때문에 제대로 일하기 힘들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사회복지에 뜻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려하지만 3년마다 한 번씩 받는 평가와 직무지도, 감사 등으로 사람과 지역사회를 만나기 보다 컴퓨터 앞에서 행정업무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적, 숫자에 민감해지게 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국가보조금을 받는 복지관 입장에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과, 평가가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회복지평가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평가의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어버린셈이지요.
여기서 사회복지사의 가치와 정체성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평가를 위해 실적과 보여주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근본과 마땅함을 좇아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두루 만날 것인지, 사회복지사의 가치와 정체성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집니다.
이 때 사회복지사 개개인이 가치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경쟁과 실적 중심의 평가제도의 환경을 바꾸어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부터 이러한 변화를 열망하게 되었고 그 몸부림이 이 토론회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예비 사회복지사로 이 변화의 흐름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현 평가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치와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싶었습니다. 변화를 위해 힘쓰시는 현장의 사회복지사 선배님들을 만나서 배우고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제가 들어갈 현장 역시 평가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현 평가제도의 한계를 알고 사회복지 본연의 모습을 마음에 품는다면, 적어도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 사회복지다움에 반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일하면서 기뻐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토론회에 참석한 이유입니다.
2.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발제자 유동철 교수님(동의대)의 발제문 중심으로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사회복지시설평가는 서비스 질 향상과 이용자의 인권, 시설 운영의 투명성 등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금은 대부분의 기관이 상향표준화 되어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업과정을 평가하기 위한 모니터링 평가방식(체계이론모델)이 아니라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시설평가의 문제와 개선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평가의 성격이 사업공유 축제평가방식으로 바뀌고, 각 시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고유성을 인정하는 개별화 성격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최고의 시설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수준 이상을 견지 할 수 있는 기준선 확보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평가지표와 관련해서는 만족도 조사로 이용자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하므로 개별화 평가가 이루지도록 해야하며, 지나치게 과도하고 수량 중심의 평가지표를 간소화 해야 합니다.
평가과정이 사회복지실천현장의 서비스 흐름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평가지표가 사전에 공지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 3년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좀 더 적절한 평가지표를 위해서 지표개발위원회에서 좀 더 넓은 의견을 수렴해야하고 평가위원의 평가기준도 통일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 및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평가위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설립해야합니다.
현재 평가는 5개 등급으로 나누어지고 우수시설에는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쟁 위주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경쟁의 요소를 줄여야합니다.
3. 성과보다는 가치가 더 중요합니다
발제하신 유동철 교수님 외에 여러 분들께서 토론을 해주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발제문과 동영상이 있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목포대학교 김영란 교수님의 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을 떠올려봅니다.
평가의 목적은 성과의 확인이 아니라 가치의 확인이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성과라는 것이 이용자의 변화인데 이것을 우리가 평가 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셨고 이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 질 수 없으며 신뢰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칩니다. 사회복지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클라이언트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이용자와 지역사회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교수인 우리가 잘못 가르친겁니다. 우리에게 손가락질 하십시오. 그렇다면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복지사 자격증 시험문제인가요? 저희도 가치있는 사회복지사, 그가 있기만 해도 이용자와 지역사회가 변화는 사회복지사를 키우고 싶습니다만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는 가치와 의미를 배우기보다 1급 자격증과 스펙쌓기를 위한 곳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회복지다움을 고민하고 공부하기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를 노력합니다. 교수님들 역시 의미있는 과목을 가르치기보다 1급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되는 지식 위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희망이 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기억하고 뜻을 세워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나 사회복지 현장이 평가와 실적 때문에 이런 의미있는 일들보다 서류조작과 행정 업무에만 시달려 힘들고 어려운 곳이라면 취업이 두렵습니다. 후배들에게 의미있게 사회복지 공부하고 준비하자고 말하기에도 미안해집니다. 현장에서까지 경쟁과 성과에 매달리기는 싫습니다.
그래서 김영란 교수님의 말씀이 감동이었고 감사했습니다. 성과보다는 가치와 이상을 이야기 하시니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사회복지사와 이용자, 지역사회, 타기관, 피평가자, 생태가 공생 자고 하시니 다시 희망을 붙잡습니다.
4. 평가가 없어진다면?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만약 평가가 우리가 원하는대로 개선되었다면? 평가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쓸떼없는 야근을 안하고 서류 조작을 안해도 된다는 소극적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정말 사회복지의 이상과 방법이 있어 사회복지다움을 펼칠 수 있는 준비된 모습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정권교체가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획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박원순 시장이 집권 후에 마을만들기를 시작 할 때 복지계에서 명확한 대안과 방법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가제도 개선이 되고 있는 시점에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며 사회복지 현장 안에서 조금이라도 가치와 이상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실천하고 계신 많은 선배님들이 계셔서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저 역시 가치와 이상을 꿈꾸며 현장에서 풀어내고 싶습니다.
5. 선배님들께 배웁니다.
국회헌정기념관 300여석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서서 들을 정도로 많은 분들께서 참석하셨습니다.
그만큼 평가제도 개선에 대한 실무자 선생님들의 열망이 크고, 뜻있게 일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였습니다.
자칫 상명하달식이거나 일방적인 토론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밑에서 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셨습니다.
양원석 선생님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소통에 대한 자세와 의지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당부 드립니다. 내일 평가회가 끝이 아닙니다. 평가와 관련하여 의견을 모으는 첫 번째 자리입니다.
평가회 이후에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테이블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서로 의견을 모아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내일 토론회가 서로 의견을 모으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 경청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각자에게 상황과 처지가 있습니다. 이를 서로 이해하고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점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쉬우나 그로써 얻는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
"저는 평가토론회를 평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평가는 실용이 있어야 하는데, 제 예상으로는 이번과 같은 평가 토론회는 다시 진행할 예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만약 토론회를 진행한다 해도 참여자, 시각, 장소, 상황, 처지가 지금과 다를 터이니 이번 토론회가 어떠했다 평가한다 해도 별로 유용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달라 살려 쓸 평가 내용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실무 경험이 없는 저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변화를 위한 복지계에 흐름이 일고 있다는 것과 열정있고 함께하는 실무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제주도에서 토론회를 위해 참석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소통을 위해 토론자도 지역별 안배를 고려하고 잘 듣고 경청하기 위한 자세를 통해서도 잘 배웠습니다.
변화를 시작하신 양원석 선생님과 이를 함께하신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사회복지 후배로 좋은 선배님이 이리 많이 계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6. 어느 바보이야기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양원석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가지고
곡성 1318해피존 웃음만땅에서 일하시는 김용운(MC용)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어느 바보이야기'라는 곡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면 행하는 양원석 선생님의 삶과 노래가 참 좋습니다.
가사
1절
어떤 바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네
한 어르신이 바보에게 말씀하셨지
마당에 있는 화단에 매일 물을 주라고
바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물을 주었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바보처럼 우직한 사람이고 싶네
주변환경이 좋든지 나쁘든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사명을 따라 묵묵히 길을 가는
사람도 필요함을 깨달았다네
2절
비가오면 굳이 물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성실하기 때문에 어르신의 말씀 들었네
때론 바보라 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꾸준히 하루 하루 물을 주어 보살폈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바보처럼 우직한 사람이고 싶네
주변환경이 좋든지 나쁘든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사명을 따라 묵묵히 길을 가는
사람도 필요함을 깨달았다네
바보란 소릴 들어도 그것이 마땅하면
바보란 이름으로 그 길을 따르네
바보가 가꾼 화단은
어느 누구의 화단보다
아름답게 꽃 피웠네
정말 아름다웠네.
정말 아름다웠네.
정말 아름다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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