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삶2012. 3. 12. 02:15


#1. 내가 강정으로 달려간 이유


강정마을의 기나긴 싸움은 5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5년 동안 모든 상황을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켜보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강정마을에 대한 소식은 몇 년 전부터 대략적인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슈가 될 때마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 - 2010년 여름 강정마을 근처에서. 사진의 위치는 강정마을 직전의 곳입니다. 그 때 구럼비 바위를 많이 찍어둘껄 그랬어요..)


2010년 여름, 제주도 여행 할 때 올레 7코스를 걸으면서 구럼비 바위를 밟기도 했었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와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파괴한다니.. 

구럼비를 직접 밟고 전국에 여행을 다니면서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알고 있었고
이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설마 정말 구럼비를 파괴해버릴까? 공사가 진행될까?' 
이런 안일한 마음이 있었고 내 삶에 집중하여 살아가다 보면 조금씩 잊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3월 6일.
SNS에서 3월 7일부터 본격적인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했어요.
조그마한 힘이지만 현장에서 구럼비 파괴의 부당함을 외치고 주민과 활동가에게 힘을 주고 싶었어요.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요.


하지만 비행기 값과 여비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

이 마음을 페이스북에 댓글 하나로 이 마음을 표현했을 뿐인데
얼굴도 보지 못했던 분이 도움을 주셨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예매한지 6시간이 안되어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
급박한 현장의 상황에 나도 모르게 이끄는 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초보 운동가, 온 몸을 던지다.


저는 운동권이거나 전문 집회시위참가자가 아닙니다.
지난 소고기 촛불집회와 최근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참가했었습니다.

소고기 촛불집회 때는 거의 맨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었고
한미 FTA 반대집회 때도 물대포를 맞아 본 적이 없어요.

다만 교수님과 FTA 반대집회에 참가하면서
교수님 따라 맨 앞에서 전경과 몸싸움을 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경험이 강정에서 투쟁할 수 있는 면역이 되었습니다.



 


강정에서의 투쟁은 치열했어요. 

자동차를 어지럽게 주차하여 바리게이트를 치는 모습,
주민을 가운데 모아놓고 앞 뒤 통로를 막아 가둬두는 모습, 
주민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전경들,
첫 날부터 치열한 몸싸움,  

많이 긴장되었지만
할망(제주도 할머니의 방언)들의 부르짖음과 활동가들의 외침을 듣고
경찰의 불법적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앞에서 열심히 투쟁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물론 초보이기 때문에 무서워 보이는 경찰들에게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조금은 덜 과격한(?) 전경들과 몸싸움을 합니다.

그러나 구럼비 바위에 온 존재를 거는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를 하고 몸싸움을 합니다.
하지만 이내 전경들에게 쉽게 제압을 당하고 말죠. 
 



#3. 현장에서 아픔, 분노, 희망을 느끼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되어갑니다.

자유발언에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먹는 것, 자는 것,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어요.

할망들의 아픔과 분노,
활동가들의 약함과 강함,
현장에서 느끼는 절망과 희망. 

언론에서만 듣고 보던 강정마을의 사태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해군의 불법 폭행 총정리



경찰, 강정마을 문규현 신부와 여성활동가 폭력연행



 

#4. 기억에 남는 2가지.


강정마을에서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습니다.


첫째로 전경들과 대치상황입니다. 
육지에서 올라온 1000여명의 전경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명령대로 움직여야 하는 이들은 우리 20대들의 젊은 또래들입니다.

물론 흥분하고 강하게 억압하는 이들도 많이 있으나
순수하고 착한 어린 전경들도 있어요.

이것은 이들의 눈빛을 보면 압니다.
어쩔 수 없이 제압해야 하는 이들의 붉어진 눈빛에서
안타까움과 혼란스러운 마음이 있어요.

나쁜 것은 권력자들과 어린 전경들을 조정하는 경찰 간부들이죠.

문제의 근원과 권력자들은 뒤에 숨은 채
힘없는 주민과 활동가가 아무것도 모르는 전경들과 싸워야 하는 이 현실..

마음이 아픕니다.



둘째는 강정마을에서 희망과 즐거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몸도 제대로 못씻고
경찰들에게 맞기도 하고
서로 극도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저녁 촛불 문화제와 회의에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희망과 기쁨,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함께 율동을 하면서 실제로 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빈부강약 100여명이 함께 어울러져 율동을 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지?
어떻게 이 상황에서 이런 즐거움을 나눌 수 있지?

아, 이 힘으로 5년을 버텨왔구나...
그래, 이 힘으로 동지들과 함께 하고 있구나...

고난과 고통가운데 더욱 굳건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5. 강정마을 사랑해요.


-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도 않고 추진된 졸속 사업.
- 충분한 검토 없이 건설되고 있는 엉터리 설계. 
-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건설 현장.  

상식적으로, 객관적으로 살펴보아도 해군기지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없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됩니다.

지난 국회에서 96%의 예산이 삭감되었고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해군기지는 전면 재검토 내지 백지화가 될 것입니다.
 
마을 대표님의 말씀처럼 9부능선을 넘은 지금,
조금만 더 버텨서 구럼비 바위를 지켜내어
다음 제주도 방문에서는 주민들과 즐겁게 구럼비 바위를 뛰 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또다시 현장에 있으나
현재 서울에서 마음다해 강정을 응원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6. 강정마을 자료

강정마을 홈페이지 http://gangjeong.com/general/index.html
강정마을 다음카페 http://cafe.daum.net/peacekj
강정마을 페이스북  gangjeong@groups.facebook.com


강정마을 현장기록 1 (3월 7일 오전)
강정마을 현장기록 2 (3월 7일 오후)
강정마을 현장기록 3 - 서경석과 경찰의 반대편에 서서 (3월 8일)
강정마을 현장기록 4 - 강정포구에서 보이는 구럼비 (3월 8일)



강정마을을 돕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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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6회 강정특집




뉴스타파 7회 강정특집 2탄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