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삶2012. 10. 17. 07:30

 

 

 

일일 택배 알바를 하는 이유

 

저는 올 2월에 졸업을 하고 취업을 잠시 미루기로 했습니다.

대신 여러 배움의 현장을 다니며 보고 듣고 배우며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전에 최소한의 생활비가 필요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돈도 아껴쓰고 보험도 해약했지만 교통비를 비롯한 최소한의 돈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오래 아르바이트를 할 여유는 되지 않아 

당일 알바 중심으로 알아보다가 일일 택배 알바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돈은 최소한으로 아끼면서 살아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핸드폰 사용료로 엄청난 지출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ㅠㅠ 

 

 

 

 

개화역 대한통운 일일 택배 장소까지 

 

알바몬에서 집이랑 가까운 알바 장소를 알아보니 

9호선과 가까운 개화역 근처 대한통운 택배 아르바이트가 있었습니다. 

 

알바몬 아르바이트 공지 바로가기

 

월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 시급 5500원의 조건이었습니다.

전 날 전화를 했는데도 알바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작업장 밖 모습입니다. 지는 노을을 보면 아름답겠죠? 하지만 꿈도 꾸지 마세요. 쳐다볼 시간도 없으니까..)

 

약속 시간에 맞춰 개화역 건너편 파출소 앞에서 기다리면서 전화를 하니

반장님(?)의 차가 픽업을 왔고 5분 정도 달려 택배 회사에 도착을 했습니다.

 

함께 픽업을 받은 사람은 저와 어린 여학생 2명, 아저씨 1명이었습니다.

그리 좋지 않은 차에 허허벌판 택배회사에 도착하니 어딘가 끌려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택배 알바에 대한 정보도 거의 알지 못하고 처음 경험하는 알바여서 그런 듯 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후,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작업장으로 향했습니다.

빨간색 목장갑을 받으니 슬슬 알바에 대한 실감이 다가옵니다.

 

 

 

 

택배 작업의 구조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택배 물건을 빨간색 상자에 분류하는 과정) 

 

 

처음에는 무슨 작업인지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가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강서구 각지에서 가지고 온 택배를 전국으로 보내기 위해 하차, 분류, 스캔, 상차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하차 - 지나가다가 보는 택배 트럭에서 물건을 내립니다.

분류 - 큰 지역별로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분류하고 세세한 것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합니다.

스캔 - 택배를 보내기 전에 스캔을 찍습니다. 스캔의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입력 작업이겠죠?

상차 - 스캔이 끝난 택배 물건은 다시 트럭에 싣는 과정입니다.

 

알바 다녀와서 인터넷을 살펴 보니 상하차가 제일 힘든 작업이라고 하더군요.

다행이 이 회사는 분류에만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분류는 택배에 적혀있는 숫자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제가 있는 팀은 700번 대였습니다.

 

저는 여자 고등학생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700번 대 물건을 골라서 던져주면

701번부터 790번까지 세세한 분류를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701번부터 792번까지 작업이어도 하나씩 나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숫자가 묵여있습니다.

예를 들면 702~709 / 710~720 / 721,722 / 724 / 725 / ...... / 741, 742 / 이런식으로요.

 

산더미처럼 쌓이는 택배 물건을 해당되는 상자 앞으로 갔다놓으면

직원이나 다른 사람이 스캔을 찍어서 상자에 넣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상자 앞에 모셔(?)놨지만

나중에는 취급주의, 고가품 등의 표시에도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던집니다.

 

회사 직원들도 무조건 던지라고 시키지요.

던지지 않으면 물건을 수백번 상자에 왔다갔다하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힘들어 죽습니다.

 

 

 

 

시간대별 아르바이트 일정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3시부터였습니다.

먼저 컨베이어벨트 수십대가 연결되면서 세팅이 이루어집니다.

이 때까지는 구경만 했지요. 신기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자동으로 돌아가는데 수 많은 물건이 이걸타고 끊임없이 다가오죠)

슬슬 컨베이어벨트에서 물건이 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던져주는 물건을 상자에 열심히 날랐습니다.

그래도 물건이 많지 않아 쉴 틈도 있고 핸드폰도 만질 시간도 있었습니다.

 

할만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직원이 옆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따 물건이 얼마나 들어오려고 왜이리 안오지?'

 

 

(작업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찍은 사진입니다.

나중에는 저 빨간색 박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박스가 수북히 쌓이게 됩니다.)

 

 

4시 30분부터는 저녁식사 시간입니다.

점심을 늦게 든든히 먹고 왔는데 옆 건물에서 4500원을 주고 사먹으라고 합니다.

저는 과감히 굶고 일하기로 했어요. 배도 안고픈데 돈쓰기도 아까웠지요.

 

다음에 오게 되면 김밥 한 줄이나 컵라면 하나정도 사와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니 종이컵도 없어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물을 마셨습니다.

다음에 올 경우 조그마한 페트병을 가져 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 필수입니다.

 

 

5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입니다.

이 때부터 만만하게 보던 택배 알바의 극심한 고통을 알게 되었습니다.

 

컨베이어벨트가 한번도 쉬지 않고 11시 30분까지 6시간 동안 돌아갔습니다.

쉬는 시간도 없어요. 물 마실 틈도 없습니다.

그나마 조금 여유있을 때 멀리있는 정수기까지 뛰어가서 물을 마시고 왔지요.

그래서 개인물통이 필수입니다. 가까이 개인물통을 나둬야 물마실 틈이 생겨요.

 

3시간 정도까지는 버틸만 했지만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니 몸에서 이상이 옵니다. 

허리를 수백번 굽히니 허리도 아프고, 물건도 마구잡이로 던지니 팔목도 아파요. 

나름 등산과 축구로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힘들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상하차 작업이 아니었다는 것. 

예정된 시간인 11시 30분 조금 전에 일이 끝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업하며 생각한 것 1. 택배 물건은 무조건 던진다. 

 

택배 알바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물건은 던진다고 합니다. 

설마.. 라고 생각했습니다.

 

'취급주의, 고가품 등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조심히 다루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글씨 따위는 보지 않고 무조건 던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도 밀리고 힘들어 죽습니다.  

 

앞으로 택배를 보낼 경우 포장을 단단하게 해야겠어요.

 

물건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짧으시간에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작업하며 생각한 것 2. 택배 아저씨께 감사하는 마음을.. 

 

택배의 모든 과정을 본 것은 아니지만 힘들게 일하신다는 것은 확실히 경험했습니다. 

월급도 많지 않다고 들었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본인 책임도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때도 본인 전화를 사용한다고 들었구요. 

 

열심히 일하시는 택배 아저씨를 이해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의 처우도 많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작업하며 생각한 것 3. 최저임금을 늘려야 한다.

 

저녁먹고 6시간 내내 물 한번 마신 것 말고는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해도 시급은 5500원입니다.

이 돈으로 든든한 한끼를 먹을 수 없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이런 알바비는 참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최저임금을 적절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몸으로 느꼈습니다.

 

 

 

 

 

작업하며 생각한 것 4. 사회복지사로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경험하다 

 

일하느냐 알바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대략 이런 분들이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학생 

23살에 결혼한 25살 여성 분

일용직을 전전하는 듯한 50대 아저씨

야자도 안하고 일하는 듯한 고등학생 3명 (여학생도 있음) 

 

택배 직원 고단한 일을 하고 하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부분 돈이 필요해서 제일 힘들다는 택배 알바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 마음과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첫 택배 알바

쉬지도 않고 6시간 일하는 노동

이렇게 알바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인 상황

 

조금은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하물며, 수급권자나 장애인 등은 어려운 환경과 낙인의 시선에서 얼마나 힘이 들까요?

택배 알바하는 저도 자존심과 인격이 있는데 사회적 약자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는 저로써 앞으로 만나는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욱 예를 다하고 귀하게 대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약자의 자존심, 염치, 인격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예를 다해 인사하고

무슨 일이든 함께 의논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바를 마치며  

 

 

 

 

첫 알바였지만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저녁을 굶고 일을 한지라 집에 돌아와서 라면도 끓여먹고 냉장고에 있는 여러 음식들을 폭식했습니다. 

 

집에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더 힘들게 일한 택배 알바생도 있더군요. 

작업 아저씨들이 욕도 하면서 압박하니 알바 중간에 도망간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대한통운 개화역 직원들은 욕설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다음에 또 돈이 떨어지면 알바를 해야 되겠지요?

여러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노동을 하니 상쾌하기도 합니다. 

택배 알바는 다른 알바보다 조금 더 시급이 있으면 좋겠는데 적어서 아쉽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