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533건

  1. 2018.09.10 퇴사준비 이야기 1


5년 가까이 일한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을 어제 11월 15일로 퇴사했습니다.

퇴사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궁리하며 기록했습니다. 





퇴사 준비 1 : 기록 정리하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데 사회사업가는 퇴사할 때 무엇을 남길까?

5년간 일한 과정을 5권의 책과 자료집으로 정리했습니다.


그간 일했던 과정을 꾸준이 글로 남겼습니다. 


출판한 책도 있고

기관 사업 자료집으로 낸 것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기관 공식 자료집으로 내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엮은 자료집도 있습니다.


마무리 짓지 못했던 글들을 다시 편집하고 다듬었습니다. 


돌아보면 방아골에서 5년을 실천할 때

글을 쓰면서 사회사업 실천을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성찰하게 되니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궁리 할 수 있었고 

더욱 바르게 실천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고 어려움도 많은 실천이었지만 이 기록은 제 사회사업 실천의 역사이자 거울입니다. 

직접 기록하고 편집했으니 먼 훗날 다시 이 글을 펼쳐도 생생하게 기억날 겁니다.


저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현장의 다른 동료나 사회복대학생들에게 

작은 선행연구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각각 3권씩 제본했습니다. 

한 권은 방아골에 놓고 한 권은 새로운 기관에 제출했고 한 권은 제가 갖습니다.


꾸준히 글쓰고 출판하고 자료집으로 엮을 수 있었던 힘은 

함께 실천하고 배울 수 있었던 동료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


1. 「신입 사회복지사의 좌충우돌 실천이아기」

사회복지대학생활과 1년차 사회사업가 일때 실천한 책입니다. 

재가복지사업 실천 이야기가 많습니다. 

푸른복지에서 공식출판했으나 지금은 절판되었습니다.

http://kdi0625.tistory.com/483


2. 「골목대장터 : 주민과 함께한 방학동 마을잔치 이야기」

선선한 가을 날, 복지관 앞 골목에서 진행한 마을잔치 이야기입니다. 

기획부터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담았습니다. 

푸른복지에서 공식출판했고 지금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http://kdi0625.tistory.com/485


3. 「도깨비연방 이야기」

보건복지부 최우수프로그램이기도한 주민조직이야기입니다. 

선배들이 이 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 담당자 일때 소소하게 기록한 자료집입니다. 


후임자 정유경 선생님이 기관사업 자료집으로 냈는데 

퇴사를 앞두고 제가 다시 가독성 좋게 편집했습니다.


4. 「홍보사업 실천이야기」

처음 홍보담당자가 되어 공부하고 실천한 이야기입니다. 

주로 소식지 이야기가 많습니다. 

소식지가 구실되어 마을잔치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5. 「지역사회 캠페인 이야기」

2016년 전국 19개 기관과 함께 공부하고 방학동에서 실천한 캠페인 이야기입니다. 

인근 초등학교와 연대해서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고마워 사랑해 잘한다' 말을 표현하자고 했습니다

동네 고마운 분들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6.「예비사회복지사 권대익의 신명나는 대학생활」

5년 전 입사할 때 이력서로 함께 제출한 책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편집이 엉성해서 다시 다듬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공유했습니다.

http://cafe.daum.net/cswcamp/5EEB/5635



공식 출판되지 않은 자료집이 필요하신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면 공유하겠습니다. 

각 내용들은 평소 방아골 홈페이지에 기록한 글들을 모아서 편집했습니다.








퇴사 준비 2 : 마을 인사하다 펑펑 울어버린 날






퇴사를 앞두고 마을인사를 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주민과 이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다른 일꾼과 복지관 일들을 잘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복지관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골목길 걷다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인사하고 

그동안 꾸준히 만나왔던 상가 사장님들에게 인사하고 

부득이하게 만나지 못한 분들에게는 전화드렸습니다.


처음 제 입으로 퇴사한다고 말씀드리니 실감이 납니다. 

잘 되었다며 눈물 글썽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먼저 안아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제가 안아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골목을 걸으며 인사하다보니 점점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어 마음 추스릴 틈도 없이 그 상태로 동장님께 인사드리러 찾아갔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시는 동장님 앞에서 결국 터져버렸습니다. 

아주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찾아오자 마자 펑펑 울어버리니 동장님도 조금은 당황하시며 휴지를 건네주셨습니다.


"제가 이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나봐요. 우리 동네에 좋은 이웃들이 많고 정이 많아요."

퇴사 소식을 전하니 동장님께서도 이제 김밥맨은 누가 하냐며 내년에 꼭 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길을 응원해주셨습니다. 



서울의 가장 끝, 아파트가 없는 동네 

골목길이 발달된 지역 

따뜻한 이웃과 인정이 있는 곳 

이런 동네에서 일할 수 있음이 제게 복이었습니다.


사회사업가로 주민과 동네를 위해서 일한다고 했지만

어쩌면, 제가 주민과 동네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성장했는지 모릅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따뜻했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퇴사준비 3 : 할머니 찾아뵙기




지난 주 동네에서 한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1년 차 때 반찬마실 사업을 함께 하며 제일 가깝게 사업을 했던 분이십니다. 

기관사정으로 사업 담당은 일 년만에 바뀌었지만 때때로 찾아뵙고 인사드렸습니다.


먼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공무원으로 가는거냐, 더 출세해서 가는거냐, 집 가까우니 좋겠다 연신 축하해주셨습니다. 

밝게 웃는 모습 뒤에 보이지 않은 아쉬움이 깊게 묻어났습니다.


댁을 나서기 전, 건강하시도록 큰 절을 올렸습니다. 

서로 애써 눈물을 감추었습니다. 

사회복지사와 대상자의 관계가 아니라 편한 손주와 할머니의 관계입니다.


더욱 감사한 건, 

반찬마실 사업을 하며 저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동네 다른 어르신, 젊은 아주머니와의 관계망도 넓어지셨습니다. 


사업은 끝났지만 때때로 연락하고 식사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 편한 이웃으로 산다고 하셨습니다. 





퇴사준비 4 : 동료들에게 엽서쓰기







오늘이 방아골 마지막 출근이었습니다. 

복지관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지난 주, 동료들에게 엽서 한 장씩 써서 전했습니다. 

한 명 한 명 생각하며 글을 쓰니 마음이 더 애틋했습니다.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아쉬운 마음, 응원하는 마음, 여러 마음이 듭니다.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마음이 담긴 편지로 답장을 받기도 했고 

헤어지는 아쉬움을 담아 문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동료들 덕분에 재미나게 일했습니다.






퇴사준비 5 : 한 편의 에세이 쓰기





방아골을 마무리하면서 한 편의 에세이를 썼습니다. 

송별회 때 낭독했습니다. 눈물 꾹 참고 또박또박 읽었습니다.


.

※ 방아골을 퇴사하며..


졸업을 하고 취업을 일 년 미뤘습니다. 현장을 더 잘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가슴 뛰는 실천을 하고 싶었습니다. 주변의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한걸음씩 준비했습니다.


방아골에서 신입 일꾼 다섯 명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울시 안에서, 집을 기준으로, 가장 먼 지역복지관이었습니다. 방아골에서 지역복지를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1시간 40분 거리의 먼 방아골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택배 알바를 하다가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날아가듯 기뻤습니다. 첫 출근 날, 졸업식 때 처음 산 정장을 꺼내 입고 새벽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사회사업이니 얼마나 설렜을까요.



방아골에서 5년을 일했습니다.


밑반찬 배달을 비롯해 재가복지사업을 했습니다. 할머니들과 함께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댁에서 반찬 만들어 먹었습니다. 몇 가지 안 되는 반찬에 신문지 펴놓고 먹는 식사였지만 그 맛은 꿀맛이었습니다. 집수리 활동하시는 도우기 분들과 주말에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아버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저에게 전해져 퇴근 길 지하철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로 열심히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홍보사업을 했습니다. 디자인과 홍보에 감각 하나 없지만 동네 이야기 열심히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수레 끌고 동네를 다니며 신나게 배포했습니다. 좋은 주민들 만나 주민편집위원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연말 송년회에서 일 년간 활동한 경험을 글로 적어 발표해주신 예인 미용실 원장님의 이야기는 감동이었습니다.


도깨비연방 사업을 했습니다. 희노애락이 있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걸음이 신명났습니다. 안방 회식으로 삼겹살 먹던 날, 명진 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물으니 대익 선생님만 있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 듣고 연방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이 참으로 가벼웠습니다.


마을잔치 골목대장터 사업을 했습니다. 10돌 골목대장터 담당을 맡으며 60미터 김밥말기에서 100미터 김밥말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길어진 김밥의 길이만큼 우리 동네 이웃과 인정도 더 커지길 바랐습니다. 그만큼 동네를 더 부지런히 다니며 주민을 만났습니다. 하루 진행하는 행사이지만 그동안 꾸준히 만나온 관계가 골목에서 꽃 피우리라 믿었습니다. 지금도 골목을 걷거나 버스를 탈 때마다 동네 아이들이 “김밥맨이다~” 하고 외치는 소리가 귀에 맴돕니다.


마을로데이로 캠페인 사업을 했습니다. 방학초등학교에서 서로 ‘고마워, 사랑해, 잘한다’ 말하자고 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아이들과 아이들이 서로 안아주는 모습이 따뜻했습니다. 작은 실천이었지만 이 칭찬과 감사가 우리 동네를 조금 더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게 하는 씨앗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5년을 신명나게 일할 수 있었던 힘은 함께 일한 동료들 덕분입니다.


눈이 오면 가장 먼저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 눈을 쓰는 한상진 관장님. 섬김의 리더십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평가 때마다, 중요할 때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늘 함께 도와주셨던 서민영 부장님. 1년 차 때 하고 싶은 사업 마음껏 해 보라고도 하셨지요. 덕분에 재미나게 일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팀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김희경 팀장님. “저는 대익 선생님을 믿어요.” 힘든 시기를 지날 때 따뜻한 한마디 건네주셨던 마음이 저를 힘나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춘기 아줌마 박은하 팀장님. 1년차 같은 팀일 때 창동역 CCTV 앞 차에서 주정차 딱지를 떼이면서까지 함께 이야기 나누며 울어주셨지요. 따뜻한 마음 덕분에 든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간식 먹을 때마다 그만 먹으라고 구박하셨지만 그만큼 저를 편하게 생각해주시고 챙겨주셨던 임선택 팀장님, 고맙습니다.


먹을 것 챙겨주시고 옷도 여러 벌 챙겨주시고 늘 소녀 같으신 김영희 과장님, 고맙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함께 아바이순대를 먹었던 박문수 대리님,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호랑이 친구 송아, 유경, 그리고 현실. 일터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일까요? 친구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인 주현 소리 원제 선영 진희 솔 태영 선생님. 선배였지만 제 앞가림도 못하느냐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돌아보면 부족한 점, 미안한 점이 많습니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때로는 기다리고, 천천히 걷고, 동료와 함께 지혜롭게 머리를 맞대어야 했지만 고집 많고 표현도 서툴러 동료들을 힘들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비록 부족한 모습이 많았지만 방아골에서 5년을 일한 권대익 일꾼이 이렇게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주민과 지역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발바닥 닳도록 동네를 다녔던 사회복지사. 우리 동네 김밥맨.


저 역시 방아골에서 기억하겠습니다. ‘사람중심, 지역중심, 네트워크 중심’의 미션과 ‘당사자 중심의 실천과 마을지향 관점’의 가치를 배우며 함께 실천한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어디서든 방아골처럼 학습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동료애를 지향하겠습니다.


이제 방아골 OB 일꾼이 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주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이루고, 주민으로부터 시작하고 배우는 현장을 살아내면 좋겠습니다. 현장에서 서로 기분 좋은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조금 더 나은 정겨운 사람살이를 위해 발바닥 닳도록 이 길을 걷겠습니다.


5년 동안 방아골에서, 동네에서 큰 사랑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