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따르릉! 따르릉!

어느 날 복지관으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새싹 어린이집입니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소방서나 경찰서 같이 지역단체에 현장견학을 다니고 있어요. 주변 분들께서 어린이집 근처에 방아골복지관처럼 좋은 곳이 있는데 왜 한 번도 안가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까운 곳인데 한 번도 못가봤는데 한 번 방문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새싹 어린이집은 복지관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입니다.




어린이집이라니.

기관방문을 담당하면서 어린이집은 처음입니다. 


중고등학생, 아니 초등학생 정도만 되더라도 어느 정도 대화와 설명이 가능할텐데,

5세 ~ 7세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회복지와 복지관을 설명을 할지 막막했습니다. 


월 1회 기관방문이니 마감이 되었다고 하거나 자신이 없다면 거절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한다는 기관방문 조건이 있었고 아이들도 동네 사람이니 잘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방아골 복지관 기관방문 신청 http://cafe.daum.net/bangahgolcommune/R3OG/8


더군다나 동네 사람들이 직접 복지관에 오겠다는데 이 감사한 일을 어찌 거절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만날까?




기관방문 날짜가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었습니다.

이미 만들어놓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복지기관이나 어른들 위주로 만들어 놓은지라 전혀 쓸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에 고민을 올리니 여러 지인들이 조언을 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시간이 많이 있다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할텐데

여러 행사와 일정이 있는지라 따로 시간을 내어 준비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고 아이들을 편하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복지관과 사회복지사를 설명할 때 두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먼저 복지관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곳'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친구들이 있는데 서로 잘 도우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두번 째로 복지관은 '사람들이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과 모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복잡하게 만들어진 기존의 PPT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중요한 사진들 위주로 사진 한 장씩만 띄어놓고 복지관에서 하는 일을 설명했습니다.




복장은 얼마 전에 진행한 골목대장터 김밥맨 옷을 입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친근하게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주변에서 뽀로로나 파워레인저처럼 만화캐릭터 복장도 조언해주었지만  

이미 동네에서는 김밥맨은 유명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퇴근 길에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거닐 때 김밥맨을 알아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홉 번이나 지역에서 꾸준하게 골목대장터를 진행한 방아골의 역사 덕분입니다.


실제로 새싹 어린이집 아이들도 뽀로로보다 김밥맨이 더 좋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먼저 와서 손도 잡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관방문에서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생기기를 바랐습니다.


매주 식사배달과 반찬마실 활동을 하는 자원활동가 정남용 선생님께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마침 이 날 배달을 하시는 날이라 배달 후에 잠시 아이들을 만나서 설명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도깨비 방에 방문해서 도깨비 연방 성미원 선생님께 공간 소개를 부탁드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자유롭게 와서 커피도 마시고 쉬었다 가는 공간이라고 하셨습니다.


기관방문 담당자인 제가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주민과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기대합니다.



새싹 어린이집은 복지관 근처에 있는 우리 동네 어린이집입니다.

어린이집 부모님도 대부분 방학동에 사시는 분들이겠지요.


복지관에 방문한 아이들이 골목을 지나며 복지관을 만날 때나

엄마와 도깨비 시장을 갈 때 도깨비 방을 보면

어머니께 여기에 와본 적이 있다고 말하겠지요?


아이들 손에 이끌려 복지관이나 도깨비방에 방문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이후에 복지관에서 아이들 사업을 홍보하거나 만나야 할 때 새싹 어린이집에 방문하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시겠죠?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거나

언니나 오빠가 있는 가정은

복지관 아동사업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이웃들입니다.



좋은 만남이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동네에서 기분 좋게 만나는 관계가 되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