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깨비방 수요일 오전 공간지기 이명자님의 글입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지금도 글쓰기, 그림그리기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십니다.


단아하고 소박한 수필이 참 좋습니다.

편안하게 함께 읽어요.





도깨비방에서 (1)

 

이명자



 




“공간지기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마을까페 도깨비방 문 앞에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고문이다.

 

‘공간지기가 부족하다더니 사정이 급 해진 것인가? 공고문까지 붙어있네’

 

그것을 보고 들어와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이 풀석 열린다. 이른 시간이라 기대하지 도 않았는데 모닝커피를 주문하려는 손님인가 하고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을 쳐다본다. 금방 이불속에서 나온 듯 헝클어진 머리에 부스스한 차림새의 중년여성이다.

 

“공간지기가 뭐예요?”

“여기 지키는 사람이요. 커피도 팔고.”

“나 하면 안돼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서 전화번호 적어 놓고 가세요. 연락드릴게요.”

 

여자는 말없이 돌아서 먼지만 풀풀 날리고 나가 버렸다. 삶의 짙은 그림자가 그 여자 뒤를 따라 나갔다. 아마도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모양인가. 어쩌면 가족 중에 한사람과 말다툼이라도 하고 대책 없이 밖으로 나온 것은 아닌지. 부부싸움 이라도 하고 나온 것 일까. 말투가 여간 퉁명스럽지 않다.


공연히 그녀의 뒷모습이, 늘어진 어깨가 힘들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거라면 최소한 머리에 빗질은 하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부스스한 차림새로 어디를 찾아간들 제대로 대접 받을 수는 없지 않을까.

 

저처럼 추레한 모습으로 남의 시선을 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내게 타이르듯 다짐을 한다.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에는 아직 한 가지가 남아 있는게 있으니. 그 한 가지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이 말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면서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 이기도 하다.


 

예전에 빵집을 차려서 빵장사를 하던 주부가 있었다. 그녀가 늘 추레한 모습으로 가게에 나와 있으면 이웃들이 하나 둘 잔소리를 했다. 손님을 맞이해야하는 먹는장사인데 비싸고 좋은 옷이 아니라도 산뜻하게 입으면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였을까. 자기 고집을 관철하기 위해서였을까.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늘 후줄근한 모습으로 지냈다. 이웃들도 더는 말하지 않고 그냥 빵을 팔아주는 것으로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녀가 빵장사를 왜 그만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후줄근했던 그녀의 차림새다.


 

누구도 자기의 뒷모습은 모른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운 것이 내 뒷모습을 책임 져야하는 것 같다. 유행을 찾아서 화려한 맵시를 뽐 내 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단정하게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보통사람의 모습을 지킬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매일 매일 늘어진 시간 속에서 나태해지고 있는 나를 향해 다시 한 번 속엣 말을하며 내게 다짐하듯 하고 서있는 내 그림자가 외롭게 유리창에 길게 비치고 있다.

 

 

Posted by 권 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