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깨비방 수요일 오전 공간지기 이명자님의 글입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지금도 글쓰기, 그림그리기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십니다.


작년 12월에 복지관에서 발행되는 소식지 두레박에 글을 써주셨어요.


160 소윤 이명자 작가님께 두레박 글과 편집위원 부탁드렸습니다. 사진첨부 권대익 14.12.01 83
 
만드는 소식지가 아니라 주민과 동료와 함께 만들고 싶었습니다. 주민모임 도깨비 연방 나들이에서 만난 이명자 선생님 우리 복지관에는 주민모임인 도깨비 연방이 있습니다. 도깨비 시장 옆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게시판 : 마을이야기


두레박을 보고 도깨비방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는데 이 일을 글로 다시 남겨주셨습니다. 

 

단아하고 소박한 수필이 참 좋습니다.

편안하게 함께 읽어요.



도깨비방에서 (2)

                                                                                                

이명자

 

 

 

 



오늘은 도깨비방 공간지기 당번 하는 날. 수요일이다. 나는 오전시간에 나와서 당번을 하니까 주부들에게는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오는 손님이 없어서 공간만 지키며 책을 읽다가 돌아오는 날이 많다.

 

오늘은 뜻밖에 손님들이 갑자기 여러 명이 찾아와서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 읽던 책을 얼른 덮고 일어섰다. 일행 중에 한사람이 얼마 전에 발간된 복지관 소식지 <두레박>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펼치며 내 글이 실린 부분을 보여주고 내 사진인가를 묻고 있다.



 


 

“맞아요. 내 사진이에요.”

“이 글 보고 수요일 에 계신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노원구에 서 왔다고 했다. 내색은 안했지만 내 글을 보고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반가웠다. 먼 곳에서 내 글을 읽고 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 왔다는 것은 이 얼마나 나를 고무케 하는 일인가. 언제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차 내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워짐을 느낀다.

 

눈이 소복히 쌓인 벌판에 처음 발자욱을 내는 심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면서, 매사에 더욱 신중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갑자기 무게를 더하는 것 같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것은 고맙고 기쁜 일이면서 내게 그 만큼의 책임감이 더 해지는 것 이라는 생각이다.

 

<두레박>의 홍보 효과로 마을공간도 알리고 함께 담소를 나누니 오늘 하루가 즐겁지 아니한가? 이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로움이다. 컵 받침을 보고 어른을 따라온 소녀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다. “너무 예뻐요”하면서.

 

시간 있으면 만들어 가져가라고 무료라고 권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한 개씩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며 만족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잠시 동안이지만 함께해서 고마웠고 또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덕분에 항상 조용하기만 하던 오전시간을 북적이면서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들은 *“마을밥상으로 밥 먹으러 가자”하며 문을 나섰다. 에-코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마을기업에 관심이 많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물어보지않아서) 어쨌던 생각이 올바르고 성실하게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의 삶이 항상 건강하기를 마음을 모아 정성껏 기도 한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을 또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 가는 구심점이기도 할 것 같다는 내 생각이다. 언제나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기를 응원한다.

 

*마을밥상-주민들 끼리 모여 건강한 먹거리로 저렴하게 백반을 만들어 팔고 있는 곳.

 

 

Posted by 권 대익